형제가 연합하여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시 133:1)

그제 아침, 11월 달력을 천천히 뜯어내었습니다.

그 장면을 못내 아쉬워하던 마지막 달력 한 장이 원망의 눈초리로 저를 응시하더군요.

처음에 받았을 땐 많은 친구와 함께 제법 으스대던 달력이 하나 둘, 친구를 떠나보내다가 이제는 홀로 벽에 남게 되었습니다.

문득, 그 모습이 내 모습 같았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에는 결국 혼자가 된다는....

 

마지막 달력이 내게 묻는 듯합니다.

“자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남은 시간에 뭘 할 건데?”

정말, 내 인생의 마지막엔 무엇을 해야 하나?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폐암 말기를 지내고 계신 목사님이 최근에 여러 지인들에게 보낸 글이 있었는데 목사님은 이 시간에 무엇을 가장 아쉽다고 하시는지 다시 보고 싶었습니다.

 

“...주님을 섬기면서 여러 일을 하다 보니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남이 보기에는 괜찮았을지라도 하나님과 단 둘이 갖는 깊은 대화의 시간들이 점점 줄어졌다....”

목사님의 글을 다시 보니 그동안 너무 분주하게 주님의 일을 하시다가 정작 주님과는 친밀하게 지내시지 못하셨음을 크게 아쉬워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다 떠나도 12월 마지막 달력이 결코 외롭지 않은 것은 25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로운 우리들을 향해 “내가 너와 영원히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주님이 찾아오신 그 날이 마지막 달력에 빨간 글씨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이젠 외로워하지 말고 남은 시간, 우리를 찾아오신 주님과 친밀하게 지내는데 보내자고 마지막 달력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List of Articles
제목 이름 날짜
[2018-2-25] 조국을 위해 우는 교회 김성국담임목사 2018.02.25
[2018-2-18] 너는 결단하라 김성국담임목사 2018.02.18
[2018-2-11] 설날과 그날 김성국담임목사 2018.02.11
[2018-2-4] RHF 김성국담임목사 2018.02.04
[2018-1-28] 시속 1675km로 달린다 김성국담임목사 2018.01.28
[2018-1-21] My turn 김성국담임목사 2018.01.21
[2018-1-14] 당신의 꿈을 말하세요 김성국담임목사 2018.01.14
[2018-1-7] 어떤 상황에도 두려움 없는 김성국담임목사 2018.01.07
[2017-12-31] 마지막 한 걸음까지 김성국담임목사 2017.12.31
[2017-12-24] 나는 당신입니다 김성국담임목사 2017.12.24
[2017-12-17] 내 인생의 화분 김성국담임목사 2017.12.17
[2017-12-10] 겨울에 쓰는“나무와 숲”이야기 김성국담임목사 2017.12.10
[2017-12-3] 마지막 달력 김성국담임목사 2017.12.03
[2017-11-26] 식당에서 금식(禁食) 김성국담임목사 2017.11.26
[2017-11-19] 침묵보다 나은 언어, 침묵보다 못한 언어 김성국담임목사 2017.11.09
[2017-11-12] 흔들리는 자들을 위하여 김성국담임목사 2017.11.12
[2017-11-5] 가을에는 김성국담임목사 2017.11.05
[2017-10-29] 고르지 않은 곳 김성국담임목사 2017.10.29
[2017-10-22] 그때 왜 그랬을까? 김성국담임목사 2017.10.22
[2017-10-15] 그대로, 그래도 김성국담임목사 2017.10.15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25 Next
/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