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연합하여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시 133:1)

그 때 그랬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급우들과 함께 민둥산을 향해 줄지어 올라가 나무를 심었습니다.

어린 저 뿐만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던 어른들, 중고등학교 형님 누나들도 어디서 장만했는지 손에 들려진 작은 묘목들을 심기 위해 풀 한포기 찾을 수 없는 산에 올라갔답니다.

그 때 고사리같은 손으로 심었던 나무들이 지금은 뭐를 하고 지낼까 궁금합니다.

 

나무에는 나이테가 있다고 합니다.

그 나이테를 찬찬히 드려다 보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큰 비바람, 천둥번개, 산불 등의 흔적이 나이테에 묻혀 있다는 것입니다.

 

어린 내가 심었던 나무가 그동안 얼마나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는지, 계절을 따라 꽃은 피우고 또 열매는 잘 맺었는지, 진한 향은 주변 나무 친구들과 지나가는 동물들에게 잘 풍기어 주었는지, 때때론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그늘이 되어주었는지 자못 궁금합니다.

 

30년 전에 심은 사순절의 기도나무가 온갖 눈비를 다 맞아가며 오늘에 이르러 수많은 기도의 열매도 거두었고, 지나는 이들에게 향이 되었으며, 지친 자들의 그늘도 되어주었습니다.

 

“나무야 뭐하니?”

오늘 묘목을 심는 자만이 훗날 부를 수 있는 노래이듯이

“사순절 나무야 뭐하니?”

오늘 기도의 씨앗을 심는 자만이 훗날 그 사순절 기도나무에서 열매와 향과 그늘을 누릴 수 있답니다.


List of Articles
제목 이름 날짜
[2024월 6월 9일] 섞어 놓으시는 하나님 김성국담임목사 2024.06.08
[2024년 7월 7일] 정해진 시간은 어김없이 김성국담임목사 2024.07.06
[2024년 7월 14일] 길 떠나는 형제여 김성국담임목사 2024.07.13
[2024년 6월 30일] 그대 있음에 김성국담임목사 2024.06.29
[2024년 6월 2일] Well Done! 김성국담임목사 2024.06.01
[2024년 6월 23일] 광야에서 들려오는 노래 김성국담임목사 2024.06.22
[2024년 6월 16일] 약을 먹으려다 문득 김성국담임목사 2024.06.15
[2024년 5월 5일] 자기를 낮추는 사람 김성국담임목사 2024.05.04
[2024년 5월 26일] 기억하고 기대하자 김성국담임목사 2024.05.25
[2024년 5월 12일] 버팀목 김성국담임목사 2024.05.11
[2024년 4월 7일] 나 하나 꽃 피어 김성국담임목사 2024.04.06
[2024년 4월 28일] 사랑으로 길을 내다 김성국담임목사 2024.04.27
[2024년 4월 21일]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김성국담임목사 2024.04.20
[2024년 4월 14일] 사람을 키우다 김성국담임목사 2024.04.13
[2024년 3월 3일] Why Me? 김성국담임목사 2024.03.02
[2024년 3월 24일] 얼마나 아프셨나 김성국담임목사 2024.03.23
[2024년 3월 17일] 내 마음에 봄이 오면 김성국담임목사 2024.03.16
[2024년 3월 10일] 후반전(後半戰)을 달리다 김성국담임목사 2024.03.09
[2024년 2월 4일] 베토벤을 죽였네 김성국담임목사 2024.02.03
[2024년 2월 25일] 아주 먼 옛날 김성국담임목사 2024.02.2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5 Next
/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