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연합하여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시 133:1)

나는 LG트윈스 팬이 아니다. 박용택 선수 팬도 아니다. 그러나 박 선수의 ‘은퇴 투어’가 무산됐다는 소식은 아쉽다. 지난해까지 박 선수의 통산 기록은 대단하다. 총 2139경기 출장에 타율이 3할 8리, 211홈런, 1157타점, 311도루를 기록했다고 한다.

 

한 팀에서만 선수 생활을 하며 의리도 성품도 좋다는 그가 2009년 타격왕을 받을 때 기록 관리를 위해 마지막 경기의 타석에 들어서지 않은 일이 끝내 그의 발목을 잡은 것 같다. 비신사적이었다는 것이다.

 

어떤 스포츠든 중계방송에는 그 선수의 기록이 상세히 소개된다. 탁월한 선수의 기록을 소개할 때는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모든 운동선수의 모든 기록은 여러 곳에서 상세히 찾을 수 있다. 해당 운동경기협회나 언론사 또는 관심 있는 개인들도 기록한다.

 

그런데 기록에 무심한 영역이 있다. 예배다. 하나님의 행하신 일은 수없이 많다. “여호와여 주께서 하신 일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시 104:24) 그런데 이 땅 어디에도, 이 땅 그 누구도 하나님께서 행하신 무수한 일들을 제대로 기록해 놓지 않아 예배 중에 그의 놀랍고 위대한 행하심이 전혀 강조되지 않고 지나가곤 한다.

 

예배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행하신 크고 놀라운 일들을 빽빽이 기록해 놓았다가 하나님께 감사하고 찬양하며 하나님을 자랑하는 시간이다. 이렇게 찬양하는 사람도 있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없는 하나님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 하나님의 크신 사랑 그 어찌 다 쓸까 저 하늘 높이 쌓아도 채우지 못하리/ 하나님 크신 사랑은 측량 다 못하네/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 성도여 찬양하세.”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는데 나를 위해 행하신 하나님의 위대한 일에 대한 기록은 나의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의 작은 노트에라도 적혀 있는가. 내 마음에는 확실히 기록돼 있는가.

 

각 선수의 기록을 알지 못하고는 어떤 운동 경기든 중계방송이 불가능하다. 어떤 선수가 나올 때마다 그 선수에 대해 추측성 발언만 늘어놓는 중계방송을 참고 시청할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하나님께서 하신 일에 대한 희미한 생각을 갖고 예배를 드리려니 예배드리는 자도 딱하고 예배받으시는 하나님도 참고 바라보시기가 힘드실 것이다.

 

운동 경기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의 세세한 기록을 줄줄이 꿰고 참관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예배에는 하나님의 행하신 일들을 세세히 기록하고 참여하는 자들이 너무 적다. 그러니 예배가 하나님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흘러간다.

 

시간 내내 오직 하나님만을 자랑하는 것이 예배다. 엉뚱한 것이 예배 가운데 자꾸 부각되는 것은 하나님의 행하신 일에 대한 기록 부재, 기억 부재의 필연적 산물이다.

 

야구에선 10여년 전의 신사적이지 못한 그 한 번의 행동도 용납하지 않고 ‘은퇴 투어’도 불허한다. 한국프로야구협회(KBO)가 모든 것에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질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님은 결코 무질서의 하나님이 아니시다.(고전 14:33) 하나님이 행하신 일들을 제대로 기록한 것을 예배 내내 드러내며 끝까지 진실하게 하나님만 자랑하는 예배는 결코 무질서한 예배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