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들어선 11월도 빨리 지나가겠죠.
오래 붙잡고 싶어도 뿌리치듯 달아날 11월이 분명합니다.
부질없이 가지 말라고 말하기 보단 지나가는 11월을 수채화로 그려 내 마음의 벽장에 오래 걸어 두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흙색 물감으로 한창 땅을 파고 있는 새정전 앞마당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웬일이죠? 제 눈에 뭐가 꼈나요?
그 마당의 흙색이 가을 단풍마냥 형형색깔로 보여요.
붉은 김치색, 노란 튀김색.... 지난 10월 건축바자에서 봤던 수십가지 색상들이 앞마당 흙색깔에 섞여 있어요.
그토록 어려운 이민 땅에서 본당과 교육관을 묵묵히 세우시더니만 건너편 새성전을 함께 지어가시는 교우들을 생각하니 11월의 수채화는 물감으로 도화지에 그려지기 전에 제 얼굴에 눈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제 눈의 눈물은 말라도 결코 마르지 않을 사랑의 물감을 각양각색으로 뿜어내는 성도들 때문에 앞마당 흙색은 화려한 색깔이 되어 놀라운 11월의 수채화를 그리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