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은 요리사이셨습니다.
물론 전문 요리사도 아니시고 식당을 운영하신 적도 없으셨습니다.
그러나 아버님은 어렸을 적 저의 특급 요리사와 같으셨습니다.
여러 요리를 잘 만들어 주셨는데
제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은 밀 낭화(浪花)입니다.
밀 낭화가 무엇인지 생소하다는 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모두가 잘 아는 음식이고 자주 드시는 음식입니다.
밀 낭화는 밀가루 반죽을 해서 다듬잇방망이 같은 것으로 넓게 편 다음
다시 그 편 것을 몇 겹으로 접어서 칼로 굵게 썰어 끓는 장국에 넣어 만듭니다.
입에서는 후루룩 거리며 뜨거운데
속에 들어가서는 시원한 칼국수가 바로 밀 낭화입니다.
아버님이 만드시고 아버님과 함께 먹던 밀 낭화.
적잖은 시간을 들여서 정성스레 만드시던 과정을 보았기에
천천히 아껴 먹어야 했는데 저의 밀 낭화 그릇은 금방 바닥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빈 그릇에 놀랍게도 가득 남아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들에게 늘 맛난 것을 먹이시려는 아버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오늘은 아버지 날.
밀 낭화를 맛있게 먹는 어린 아들을 기쁘게 바라보시던
아버님이 그리워 하늘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