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시인이 1926년에 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런 중간 글이 있습니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그리고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1926년 이상화 시인의 염려가, 2020년 우리에게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앗아갔습니다. 들도 빼앗기고 봄도 빼앗겼습니다.
화사하고 향기로울 봄 꽃 사이에서 기다리고 있는
봄의 뜨락을 올해는 한 번도 걸어보지 못했지만 슬퍼하지 않습니다.
주님이 이 상황을 다스리시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밖의 봄은 즐길 수 없어도 마음의 봄은 누릴 수 있습니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보십시오.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주님의 밀어(密語)가 들리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