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아침, 11월 달력을 천천히 뜯어내었습니다.
그 장면을 못내 아쉬워하던 마지막 달력 한 장이 원망의 눈초리로 저를 응시하더군요.
처음에 받았을 땐 많은 친구와 함께 제법 으스대던 달력이 하나 둘, 친구를 떠나보내다가 이제는 홀로 벽에 남게 되었습니다.
문득, 그 모습이 내 모습 같았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에는 결국 혼자가 된다는....
마지막 달력이 내게 묻는 듯합니다.
“자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남은 시간에 뭘 할 건데?”
정말, 내 인생의 마지막엔 무엇을 해야 하나?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폐암 말기를 지내고 계신 목사님이 최근에 여러 지인들에게 보낸 글이 있었는데 목사님은 이 시간에 무엇을 가장 아쉽다고 하시는지 다시 보고 싶었습니다.
“...주님을 섬기면서 여러 일을 하다 보니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남이 보기에는 괜찮았을지라도 하나님과 단 둘이 갖는 깊은 대화의 시간들이 점점 줄어졌다....”
목사님의 글을 다시 보니 그동안 너무 분주하게 주님의 일을 하시다가 정작 주님과는 친밀하게 지내시지 못하셨음을 크게 아쉬워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다 떠나도 12월 마지막 달력이 결코 외롭지 않은 것은 25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로운 우리들을 향해 “내가 너와 영원히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주님이 찾아오신 그 날이 마지막 달력에 빨간 글씨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이젠 외로워하지 말고 남은 시간, 우리를 찾아오신 주님과 친밀하게 지내는데 보내자고 마지막 달력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